이응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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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전시

이응노미술관 과거 전시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박인경: 추상이된 자연

기획의도

 

이응노미술관은 개관 10년을 기념하여 한국 1세대 여류화가인 박인경 화백(1926~ )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기 위해 <박인경 : 추상이 된 자연>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고암 이응노(Lee Ungno)의 동반자이자 동시에 한국화의 필묵이 갖는 현대적 감각을 탐구해 독창적인 수묵추상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 박인경 화백의 60년 예술 여정을 돌아보기 위해 기획된 자리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프랑스에서 박인경의 예술세계를 연구하고 있는 미술평론가 베네딕트 레이(Benedict Rey)와의 공동 큐레이팅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하고 넓은 관점에서 박인경의 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박인경 화백은 우리나라 최초의 미대인 이화여자대학교 미술과의 제1회 졸업생으로,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입선을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 20세기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서구 모더니즘의 물결 속에서 한국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 한국 근현대미술의 선구자이다. 미술을 기존 가치에 대한 도전이자 예술적 실험의 자유로 인식했던 그녀의 태도는 사회 개혁 의식과 미술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모더니즘 미술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동양의 서예와 수묵의 전통은 살리고 유럽의 표현주의와 앵포르멜 등 1950년대 유럽 현대미술 운동의 주요 개념을 과감하게 차용한다. 이렇게 동도서기(東道西器)로 새로운 한국화의 세계를 펼쳐나간 그녀의 작가적 태도는 옛 것을 모범으로 삼지만 절대로 옛 것에 얽매이지 말라는 청대의 화가 석도(石濤)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 회화양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창작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박인경 화백은 현지에서 서양미술을 체험하기 위해 1958년 이응노와 함께 프랑스로 떠난다. 두 사람은 1959년 독일에 머무르며 독일의 본(Bonn, Municipal Museum)과 쾰른(Cologne, House of German Woman)에서 이응노 화백과의 부부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고, 1960년에 파리에 정착한다. 이 시기 박인경 화백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추상 경향은 형태의 해체에서 기인한다. 이미 1958년 도불 이전 작품에서도 대상의 내면의 세계를 간결하게 특징만 표현하는 반추상 계열의 작품을 선보인 박인경 화백은 대담한 구도와 거친 붓질, 한지 위에 먹물을 들어붓는 푸어링(pouring), 발묵, 데칼코마니(decalcomanie) 등의 혼합적 기법을 사용하여 비언어적인 추상화의 세계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1963년 생뜨 에니미(Galerie Sainte Enimie)에서의 개인전과 1970년 파리 갤러리 유니베르시테(Paris Galerie de l’Université)의 개인전 등을 통해 파리화단에 성공적으로 입성하였고, 1984년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의 살롱 꽁파레종(Salon Comparaisons) , 2014년 스위스 누마가 갤러리(Numaga Gallery)<세 명의 이 Les trois Lees> 그룹전과, 2015년 파리 테사 헤롤드 갤러리(Galerie Thessa Herold)에서의 초대전 등 구순을 넘긴 지금도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디아스포라의 삶을 선택한 그녀에게 해외생활은 한국화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놓치지 않게 해 주었고, 유럽미술과의 조우는 작업의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자극이 되었다. 동양의 지필묵으로 서구현대미술의 한계를 넘어선 그녀의 작품세계는 한국미술의 또 다른 지평을 열어 보였다. 이응노미술관 이지호 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한국 1세대 여류화가로서 박인경이 가졌던 작가로서의 예술적 역량이 올바르게 재평가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구성

전시는 총 4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1전시실은 1950년대 반구상 작품 및 1960년대에 집중적으로 제작된 발묵과 드리핑 기법을 활용한 수묵추상을 소개한다. 박인경 화백은 미술대학에서 북종파의 비단공필화를 배웠으며, 이를 통해 사물을 정확하게 모사하는 기법을 습득했다. 구상 테크닉을 바탕으로 작가는 1950년대 후반 모방에서 반-추상 양식으로의 급진적 전환을 모색한다.

 

2전시실은 대담한 표현 방식이 두드러지는 본격적인 수묵추상작품을 선보인다. 1960년대 작품에서는 형태가 사라지면서 색채와 발묵 속으로 녹아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1964년 생 떼미니 수도원에서 창작한 색면추상 작품은 작가의 충동적 추상의지가 적극적으로 발휘된 작품으로 추상적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붓을 버리고 종이에 직접 물감을 뿌리는 번짐 기법을 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이 작품들은 모두 동양화의 재료를 통해 현대적 추상화를 창작하려는 작가의 실험적 시도와 과감한 모색을 보여준다.

 

3전시실은 다시 풍경화로 돌아온 80~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소개한다. 1960-70년대 수묵 추상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지만, 박인경은 항상 자연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 전통 수묵화의 흐름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추상은 해체적이지만 언제나 자연의 기본 형태에 뿌리를 두고 나타난다. 중국의 '기인' 화가들, 그중에서도 특히 청대의 화가 주탑(朱耷)의 화풍에 가까운 기법을 구사했던 박인경 초기 작품은 자연으로부터의 직접적 영향이 느껴지며, 이런 경향은 작가의 예술인생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사물의 본질과 기를 되살리려는 양상으로 탈바꿈한다. 80년대 이후 작품들은 나무, , 꽃 등 자연 형상을 기본으로 삼되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의를 담아내기 위해 추상 형식을 이용하는 작가의 능숙한 필법을 엿볼 수 있다.

4전시실은 화가인 동시에 시인이었던 박인경의 이면을 소개한다. 박인경은 시집을 두 권 발표한 시인이며 시와 문학은 그녀 영감 원천이자 그림에 생명력을 부여한 상상력이었다. 예술인 박인경의 사상과 내면을 드러내는 글과 자료들을 통해 그녀 60년 예술인생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