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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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전시

현재 관람할 수 있는 전시내용을 소개합니다.

      
  땅
  담벼락,
  눈雪
  살갗에
  그리다. 
   

  대전미술의 초심적草心的 본능에 관한 사유                  
                      
 - 유현민  소제창작촌 디렉터
                                                                                          

   
    근대도시 대전은 평이하여 특수성을 가질 수 있는 장소이지만 과거 일제의 식민사관으로 인한 불합리성으로 지역성에 매어 있지 않은 느슨함이 수면 아래 흐르고 있었다. 작가들 간의 위계도 적고 마땅히 하고 싶은 미래적 지향도 불투명한 상태였기에 보통의 요구하는 강한 결속의 방법, 즉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작업의 방식과 모습을 선택했다. 서로를 특정 짓기 어려운 취향이나 이해관계, 서로의 지향점을 위하여 각 개인의 의지와 선택이 전체의 결속보다 중요했다.
   
    그간 암묵적으로 공동의 합의가 없었고 함께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명분도 없었고 소통도 원만하지 않았다. 명문화된 의식이나 친밀감도 약했지만 서로 간의 상응하는 기본 법칙은 따르고 있었다. 대전지역 미술은 1990년대 새로운 탈 평면기의 지속적인 성향의 중심을 보이며 현대미술 실험의 단초가 되었고 그 이후 현대미술의 중간 역할인 8090년대 작가들에게는 뚜렷한 그 무엇 하나 그룹의 결속이 부족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전시를 통하여 흩어지고, 유목하고 있는 대전 출신 미술인들의 유연한 지향성들을 담담히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그런 나를 도와주려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나를 방해하려고 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말했지만, 나는 남몰래 가벼운 마음으로 줄곧 그리고 또 그렸다. 땅위에, 담벼락에, 눈 위에, 검게 그을린 내 살갗에... 손가락으로, 나뭇가지로 혹은 조약돌로... 그러면서 나는 외로움을 잊었다.”   
     -이응노, 파게티 갤러리 개인전 (1971년, 파리)도록 서문 中 -
  
    위의 고암선생의 글을 통하여 인식되는 작업세계는 작가로서의 치열한 생명력과 자생의식을 엿볼 수가 있다. 또한 예술의 보편적 지향점에서 다분히 유목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작가로서 삶에서 체득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한 초심적(草心的) 실천 의지로 읽을 수 있고 이러한 실천미학을 품고 있는 고암선생의 예술정신은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와 개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작업의 세계는 치열하면서도 지하정원과도 같은 폐쇄적 생명력을 지니며, 이 시대를 증언하는 중요한 존재들이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사람, 지역과 지역의 관계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장소에 대한 반추는 삶을 지속가능하게 해주는 행동들인 것이다.
 
    오늘날 대전을 기반으로 다섯 명의 작가들이 동시대 예술인으로서의 자생적 역할과 자신들의 최적지를 찾아 스스로 살아가며 대지를 보존하는 본능처럼 이 지역이 품고 있는 유목(遊牧)의 패러다임을 형성하면서 고암 이응노선생이 이야기한 초심적 본능의 미학을 토대로 하여 새로운 대전 미술의 지형도를 실험하는 것에 전시의 의미를 가지며 작가들이 발견하고자 했던 토호土豪 미학의 구축과 실험을 기반으로 우리들에게 다시 평가되고 이 터전에서 몸과 기를 형성한 작가들을 통하여 예술의 시원적(始原的) 사유와 경계를 넘어 새로운 흐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현대미술의 집단운동은 거대한 토착의 뿌리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예술은 사회의 맥락 속에 묵묵히 자신의 길을 추구한 작가들만이 진정한 예술로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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