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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ARTLAB DAEJEON : June, Lee Sunhee

이선희 (1984 ~ )

Lee Sunhee

 

이선희는 충남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입체미술을 전공으로 석사를 마쳤으며, 현재 박사과정 중에 있다. 2017살아갈 날들을 위한 어제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가졌으며, 청주시립미술관 및 아트센터 쿠(Koo)에서 그룹전을 가지기도 했다. 이선희가 작업에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청첩장봉투를 마감하는데 사용하는 은압스티커나 실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선희가 작업을 시작하던 2009년부터 작업의 주제는 줄곧 치유에 그 초점이 맞춰져왔다.

   그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뜨개작업을 시작한다. <진부하지만 그것이 진심>이라는 제목의 작업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했던 텍스트 위주의 작업에 뜨개질이라는 수공업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이 쓴 편지를 토대로, 수거한 옷을 재단하고 뜨개질해 새로운 언어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천으로 재탄생한 텍스트(text)는 공예라는 또 다른 문맥(context) 속에 놓인다. 이 시기 위안과 치유의 언어가 텍스트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앓던 모든 것>덮어주기라는 행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드러낸다. 헌 옷을 한 코 한 코 꿰어 완성한 편물로 건물과 바닥을 덮는 이 작업은 한때 누군가의 소유였던 옷을 엮어 새로이 창조한다는 점에서 타인과 나,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2018년 아트랩대전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뜨개편물 외에도 다양한 소재에서 모티브를 얻어 완성되었다. <자립의 시간>은 기도하는 동안 쌓여가는 촛농에서 모티브를 얻은 뜨개작업이다. 전시장 한가운데에 이 작품이 놓이면서 이는 도상학적인 동시에 형식적인 요소로 자리 잡는다. 전시장의 네 벽면과 복도를 두른 은색의 스티커는 청첩장을 접고 봉투에 스티커를 붙였던 기억에 착안한 것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기술(記述)이다. 이처럼 뜨개편물과 스티커는 전시장 내에서 완벽하게 미학적이고 표현적인 요소로 기능하면서, 개인의 경험을 의미있게 구체화시킨다.

   뜨개질과 같은 공예활동은 오랫동안 여성의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바느질이나 천조각 잇기(piercing), 코바늘로 짜기(hooking), 퀼팅과 같은 기술은 전통적인 수공예에 해당한다. 예술에서도 장식미술을 하위계급으로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여성미술가들이 노력해온 바 있다. 미리엄 샤피로(Miriam Schapiro, 1923~2015)의 페마주(femmage)와 같은 작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선희의 뜨개작업 또한 일차적으로는 작가로서의 자기정체성과 오래된 전통을 결합시키려는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나아가 타인의 삶에 위안을 주고자 하는 것, 이는 강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과거를 엮어 미래를 제시하는 동시에 창조자로서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 이연우 이응노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