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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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예정

이응노미술관 예정전시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응노, 낯선 귀향

 

 

2018년은 이응노 화백이 <도불전(渡佛展)>을 개최하고 유럽으로 건너간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작가는 동아시아 미술을 모태로 구현해 온 자신의 예술 세계에 유럽의 추상주의를 접목하는 파격적 변신을 감행했다. 이후 불가피한 역사적정치적 환경 속에서 이응노는 프랑스 국적을 선택했고,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여생을 마감했다. 국경을 가로지르며 서로 다른 문화권을 경험했던 이러한 삶의 여정으로 말미암아 이응노의 예술은 한국 미술뿐 아니라 프랑스 미술에도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에서는 이응노의 작품이 갖는 미술사적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파리 세르누쉬 미술관의 <서울-파리-서울>전을 필두로 2017년 세르누쉬 미술관의 <이응노: 군중 속의 사람>, 퐁피두 센터의 <이응노 기증전>, 그리고 테사 헤롤드 갤러리의 <기호의 춤: 이응노 · 조르주 노엘 · 마크 토비>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미술계의 중심부는 이응노를 근현대 미술사의 거장들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세르누쉬 미술관의 학예연구사 마엘 벨렉은 프랑스에서 이응노에 관한 근래의 미술사적 평가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의 비평적 관점은 프랑스 문화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미술사의 맥락 속에서 이응노의 성과를 주로 연구해 온 기존의 시각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지평을 펼쳐 보인다. 따라서 이응노미술관은 마엘 벨렉을 초청하여 이번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타자의 관점으로 해석한 이응노의 예술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마엘 벨렉은 프랑스 세르누쉬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이응노 작품 29점을 이응노미술관이 대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소장처를 벗어나지 않은 세르누쉬 미술관 작품들을 특별히 한국의 관람객들을 위해 이응노미술관에 전시하면서 이 프랑스 기획자는 그와 함께 작품이 되어 고국으로 돌아온 이응노의 낯선 귀향을 새롭게 이해해주기를 기원하고 있다.                 

 

이응노미술관

 

 

 

 

 

한국 정부에 의해 수십 년에 걸쳐 정치적 탄압을 겪은 이응노의 가족은 1990년대부터 미술사 내에서 고암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이들의 노력은 2007년 대전 이응노미술관의 건립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파리 세르누쉬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가 유럽에서 사그라들고 있던 이응노의 명성을 되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제 이응노는 몇 년 전에 비해 훨씬 잘 알려져 있다. 현대 미술이나 아시아 미술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알아보곤 한다. 그러나 유명한 작가로 존재한다는 것은 축복인 만큼이나 저주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이 점차 관람객들에게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이응노의 예술은 충분히 탐구되지 않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오늘날 미술품 감정가들은 이응노의 작품들을 한눈에 알아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미지의 작품들을 마주쳤을 때 생겨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의 작품들을 응시하고, 분석하고, 질문을 던지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응노 작품이 드러내는 복합적 성격은 그저 스쳐보기엔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응노는 한국의 민속 문화와 문인 문화를 계승했고, 다이쇼(1912-1926)와 쇼와(1926-1989) 시대의 일본 회화를 공부했다. 그는 또한 한국 근대 미술의 근간을 세우는 데 기여했으며, 한국 미술을 망각하지 않은 채 프랑스 미술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더 나아가, 이응노는 프랑스 공인 예술가에 가까운 존재였던 동시에 정치적 망명자로서의 삶을 감당해냈다.   

 

   이 전시는 이응노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과 일반 미술애호가들에게 그의 예술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그리하여 이응노의 복합적 정체성은 재조명될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이응노에 관한 연구를 더욱더 복잡하지만, 한편으로는 훨씬 더 즐거운 탐구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럼 이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이 미술관에서 보낸 시간을 보람 있게 여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마엘 벨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