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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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ARTLAB DAEJEON : September, Lee Yun Hee

이윤희 (1986~)

Lee Yunhee

 

이윤희는 홍익대학교에서 도예·유리로 학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도예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홍콩과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같은 해 서울 플랫폼 엘(Platform-L)과 대전 예술가의 집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이윤희는 세라믹을 재료로 입체 작업을 하는데, 그의 작업은 다양한 문학, 신화 및 종교적 알레고리와 동·서양 도자기법,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의 양가적인 특징들을 한 번에 담고 있다. 특히 이윤희는 하나의 작품 안에서도 다양한 종교적 요소를 사용하는데, 이는 특정 종교의 색채를 드러내기 위해서라기보다 작품에 풍부한 서사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2018 아트랩대전의 <Shy Afternoon>(2018)은 크게 하단부의 곰 머리모양 형태, 중앙부의 청자 형태, 상단부의 동물을 타고 있는 소녀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단부와 상단부에 사용된 금색 안료 입히는 기법은 러스터(Luster), 오래 전 유럽에서 도기 제작에 사용되었던 기법이다. 여기에 상회용 안료를 사용해 저화도에서 색채를 내고, 4~5회에 걸쳐 가마에 소성하는 세심한 방식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반면 중앙부에는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청자 기법이 사용되어, 전반적인 작품 제작에 동·서양의 기법이 혼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윤희는 낮과 밤의 시간이 동일한 기간, 즉 상징적으로는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무너지는 곳을 피안이라 상정했다. 작품 속 소녀는 해가 뜨는 곳에서 해가 지는 곳으로 넘어가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이윤희는 이러한 전체적인 작품의 모티브를 단테의 신곡 및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단테의 배>(1822)에서 따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들라크루아의 작품이 전체 서사를 포괄한다면 그는 자신의 시선으로 이를 재해석하고 각 서사에 순서를 부여해, 이 작품이 대서사의 첫 번째임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이 작품에서 상단부의 소녀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그리핀을 연상시키는 동물을 타고 있는데, 이 동물의 머리에는 해태 마스크가 올려져있어 동서양 문화의 혼합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다. 고전적인 모티브에서 가져온 상단부의 소녀상과는 상반되게 하단부의 곰돌이 모양은 키치함을 강조하는데, 이는 어린 시절의 취미를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하는 현대 사회의 키덜트(kidult)족을 떠올리게 한다. <Shy Afternoon> 뿐만 아니라 근작인 <피안의 밤>(2018)에서도 동양의 감로탱화에서 영향을 받은 지옥의 형태와 <단테의 배>의 배 모티브가 등장하는데, 이처럼 이윤희의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의 도예제작 기법, 유럽의 신화와 동양의 종교적 모티브, 고전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가 다양하게 섞여있다. 그는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혼성성을 시각적으로 나타낼 뿐만 아니라, 단일한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는 세상의 원리와 이치를 나타내고자 했다.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않는 이 같은 양가성을 통해 관람자들에게는 스스로 무한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며,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다

 

이응노미술관

이연우 학예연구사